triggering before getting the image

maya050920: what i want...

hyleidos 2007. 1. 8. 02:15





인간이 표현하는 대부분의 것들, 사진, 그림, 언어, 음악 등등
그런 것들이 무엇이건 이차적인 것이며 정말 쓸데없는 이차적인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어릴 때부터 여행에 심취?했었다. 이런 사실은 내겐 전리품이 아니란 사실을 일단
밝힌다, 그냥 재미있게 들어 보기를…… 기원까지 하면서.


각설하고, 여하튼 어릴 때부터 개한마리 데리고는
산-부산에 있는 엄광산, 당시에는 가야산이라고 불렀다- 에 올라 혼자만의 아지트에서
자연을 즐기든지 아니면
산 아래를 내려다 보고 가보지 못한 길?들을 가보고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하곤 했었다.

단체로 가는 여행을 제외하고 혼자 멀리까지 가 본 최초의 여행지는 제주도였다.
당시, 고1이었으니 1985년 겨울이었다.
산을 좋아한 나는 사전지식도 없이 제주도에 있는 한라산이 너무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참고로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만 자란 부산 어촌? 아이에게는 눈이라는 소리만 들으면
정신을 잃을 정도니 눈 덮인 한라산의 눈 덮인 백록담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를 정도였다.

그러던 중, 해양소년단에서 겨울 방학 때 제주도를 간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어린애들?과 함께 여행을 할 수는 없었다.-용서해라 친구들아.
일단 어머니께는 해양소년단에서 간다고 속이고……
여러 궁리 끝에 누나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때 누나는 茶園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누나가 아는, 당시에는 특이한 사람들에게 침낭을 빌린다, 버너를 준비한다,
제주행 훼리에는 연료반입이 안되니
물통에 석유를 담아서 물이라 말하고 배낭바깓에 달고 해결한다, 등등
몇 개월을 준비를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집에 있던 미놀타 카메라(FD)를 엄마 몰래 가지고 갔었다.
ㅎㅎ
어머니께서는 내가 해양 소년단에서 가는 줄 아셨다.
당시 고1짜리가 혼자서 제주도를 간다는 건, 흐흐흐

혼자 떠난 제주도 여행, 당시의 정국이나 보안으로 제주도는 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적어도 해외 여행이 아니었던가?

1985년 12월 22일 남은 2만 5백 원을 가지고
--미리 계획한 아리랑호(6000원)가 다음날 떠나고 카훼리 3등석(10700원) 마저 매진,
할 수 없이 2등석 (14500원)표를 끊었다, 3만5천원으로 집에서 출발했던
나는…… 무서웠다 --


끝내 제주도에 도착한 나는
눈 내리는 제주도 2횡단 도로를 걸어서 어리목산장 입구에 도착했다.
신기한 듯 이것 저것 물어보던 사람들은 겨울에는 일반인은 등반이 불가라는 말과
지금은 더더욱 폭설이라 빨리 내려가라는 이야기에 나는 황당했다.
-텐트도 있고 침낭도 거위털 전문가용이니 백록담만 보고 오면 안 되겠냐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당시에 나는 스스로 산악인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하하!

혼자 눈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가 라면을 끓여 먹고
눈이 바람으로 날리는 2횡단 도로를 걸어서
서귀포까지 갔었다.

흩날리는 눈 속의 제주도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속에 내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즐기고 있었고 행복했었다.
날리는 눈, 그것 만으로도 모든 힘든 걸 잊을 수 있었다.
내가 자란 곳과는 틀린, 하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고요한 풍경들……

늘 그 속에 있고 싶었다.

그 욕심이 항상 나를 이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구름 속을 날고 있다.
언젠간 꼭 단발비행기를 타고 구름 속을 날 것이지만……
지금도 나는 구름 속을 날고 있다.

사진을 늘 포기했었지만 변치 않고 가슴속에 머물고 있는 궁극의 욕심은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 속에서도 바람을 느끼는, 살아있는 나 자신 이다.

항상 살아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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