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6

인연설화조(因緣說話調)

언제든가 나는 한 송이의 모란꽃으로 피어 있었다. 한 예쁜 처녀가 옆에서 나와 마주 보고 살았다. 그 뒤 어느날 모란꽃잎은 떨어져 누워 메말라서 재가 되었다가 곧 흙하고 한세상이 되었다. 그게 이내 처녀도 죽어서 그 언저리의 흙속에 묻혔다. 그것이 또 억수의 비가 와서 모란꽃이 사위어 된 흙 위의 재들을 강물로 쓸고 내려 가던 때, 땅 속에 괴어 있던 처녀의 피도 따라서 강으로 흘렀다. 그래, 그 모란꽃 사윈 재가 강물에서 어느 물고기의 배로 들어가 그 血肉에 자리했을 때, 처녀의 피가 흘러가서 된 물살은 그 고기 가까이서 출렁이게 되고, 그 고기를, ---그 좋아서 뛰던 고기를 어느 하늘가의 물새가 와 채어 먹은 뒤엔 처녀도 이내 햇볕을 따라 하늘로 날아올라서 그 새의 날개 곁을 스쳐다니는 구름이 되었..

etc/poetry 2010.12.25

내일은

헤어지는 날이다. 담배 한대 물고 연기 뿜으며 힐끗 힐끗 보는 것은 슬픔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그래 한번도 슬픔을 와락 품에 안아 보지 못했다. 연기처럼 겉돌고 피속을 적셔 죽어 보지 못했다. 다시금 슬쩍 슬쩍 겉돈다. 눈물이 마른다는 걸 알까? 힐끗 힐끗 빙빙돌며 위태로운 슬픔의 가장자리, 를... 모른다는 것이다. 알아낸 것이다. 광란의 시간 죽을 그 시간 지나서

murmuring 201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