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2

'현실이 꿈을 선행하니까'

태양미사 김승희 어둠이 태양을 선행하니까 태양은 어둠을 살해한다. 현실이 꿈을 선행하니까 그리고 꿈은 현실을 살해한다. 구름의 벽 뒤에서 이제는 태양을 산책하는 독수리여, 나는 감히 신비스런 미립자의 햇빛 파장이 나의 生을 태양에 연결시킬 것을 꿈꾸도다. 나의 生이 재떨이가 되지 않기 위하여 나의 生이 가면의 얼음집이 되지 않기 위하여 나는 감히 상상하도다. 영원한 궤도 위에서 나의 불이 태양으로 회귀하는 것을. 언제나, 그리고 영원토록. 나의 生命과 저 방대한 生命을 연결해 달라, 어떤 방직기계 어떤 안개의 無 속에서 우리의 실은 풀려지는 것인가? 어떤 증발 어떤 채무자인가, 우리들은? 나는 감히 상상하도다, 어둠이 태양을 선행하니까 그리하여 태양이 어둠을 살해하듯, 현실이 꿈을 선행하니까 그리하여 꿈..

naanyaar/깔리 2020.09.21

비가 내린다

무너진 하늘 새들아 하늘의 化肉 바람의 정령들아, 새들아 보이는 神들 영원한 전설들아 너와 함께 실로 나도 날아오르고 날아오르고 하였으니 오늘 산보하다가 숲길에서 죽어 떨어진 까치를 보았을 때 그게 왜 청천벽력이 아니겠느냐 하늘 무너지고 길은 죽고 나는 수심에 잠겼느니 새들아 세상의 기적들아 - 정현종 * 어떤 양소유는 꿈속에서도 거지와 광인이더라. 현실로 돌아가자. 빨리 빨리 거지와 광인(狂人). 나는 너희가 체현(體現) 하고 있는 저 오묘한 뜻을 알지만 나는 짐짓 너희를 외면한다. 왜냐 하면 나는 안팎이 같은 너희보다 (너희의 이름은 안팎이 같다는 뜻이거니와) 안팎이 다른 나를 더 사랑하니까. 너와 나는 그동안 은유(隱喩) 속에서 한몸이었으나 실은 나는 비의(秘意)인 너희를 해독하는 기쁨에 취해 그런..

murmuring 201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