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왜 가끔 있잖아요, 바보는 아닌 것 같은데 늘 바보처럼 실실 웃곤 하는 사람.
이 아이가 그 비숫했어요. 아침이나 저녁이나 만날 때마다 반가움이 하늘을 찌르죠. 나의 등판
에까지 발자국을 남길 정도로. 처음 멀리서 일별하자마자 반가워 죽겠다는 듯이 날아와 온
몸으로 달겨드는 데는 이 놈이 나를 어디서 봤던가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니까요.
그러나 그런 이 놈의 총애를 받는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 다람살라 산동네 그 비탈길
을 오가는 모든 주민 여러분 이하 여느 여행자들 그 누구에게도 예외 없었지요. 예쁘거나
험상궂거나 깨끗하거나 드럽거나 맛있는 거 주거나 안 주거나 일체 분별이 없었더랍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애의 인사는 가히 광적입니다. 보자마자 드러누워 위 아래 옆으로 부비대고
엄청난 점프력으로 마치 내게 뽀뽀라도 하려는 듯이 솟아오릅니다. 어느 아침엔가는 이 애랑
마주 춤추는 한국 사람도 보았어요. 나미의 오! 즐거운 인생을 부르면서요.
이 애는 게다가 전혀 바보가 아닌걸요. 총명하고 용감하기도 하죠. 글쎄 조막만한 게 큰 개들과
맞짱뜨려고도 하구요. 똑똑하다고 내가 판단한 이유는 아무 때나 그렇게 덤비는 게 아니라 자기네
동네 사람들, 예를 들면 우리가 옆을 지나갈 때 지원군을 등에 업고 그런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또한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태어나 살아온 개가 바닷것인 마른 새우를 건넸을 때도 냄새
큼큼 맡다가 바로 먹어 치우고 또 달라는 거 보면 호기심도 모험심도 대단한 놈이었단 말입니다.
델리의 개에게 멸치를 주어 봤는데 거들떠 보지도 않더라구요, 그 애한테는 음식이 아니었던 게죠.
하여간 40년 살아오면서 만나온 이들 중에 요놈 같은 행복에너지 만땅인 놈은 첨입니다.
“나 오늘 아침 다시 깨어나 행복해 행복해, 나 지금 살아 있어서 즐거워 죽겠어, 너도 그렇지 않아?”
아마도 맨날맨날 이 비슷한 주문을 외는 놈 같습니다. 우리가 촐랑이라고 별칭했던
이 아이 이름은 뽀삐입니다 (내 참 인도 다람살라에서 이렇게 친숙한 이름의 개를 만날 줄이야).
이름도 평범하고 행복한 사운드 아닙니까?
후기: 우리가 처음 이 놈을 알게 된 한 달 반쯤 후 어느 날, 옆 집에 사는 프랑스인 친구가 밤에 찾아왔다,
눈이 빨개져서. 해질 무렵 뽀삐 집 앞을 지나다가 또 그 예의 통과 의식을 치르던 중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 좁은 길 달려오던 차에 치어 갔다고. 친구 말에 의하면 거의 즉사했다고.
photo by wanderingstar
written by my roommate: 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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