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rmuring

오적 - 김지하

hyleidos 2011. 8. 24. 16:39

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겄다.
옛날에 먼옛날 상당 초사흣날 백두산아래 나라 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멍으로 듣던중엔 으뜸
我東方이 바야흐로 단군이래 으뜸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도둑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이 배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 사니
고재봉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
공자님 당년에도 도척이 났고
부정부패 가렴주구 처처에 그득하나
요순시절에도 사흉은 있었으니
아마도 賢君良相인들 세살버릇 盜癖이야
여든까지 차마 어찌할 수 있겠느냐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
남녘은 똥덩어리 둥둥
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
북녘은 털빠진 닭똥구멍 민둥
벗은 산 만장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족
남북간에 오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
게딱지 다닥 코딱지 다닥 그위에 불쑥
장충동 약수동 솟을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은 대로 솟구쳐 올라 삐까번쩍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 본문의 몇몇 한자들은 자판으로 입력이 불가능합니다.
,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뗑이 부어 남산만하고 목질기기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포 五賊의 소굴이렷다.
사람마다 뱃속이 오장육보로 되었으되
이놈들 배안에는 큰 황소불알만한 도둑보가 곁붙어 오장칠보,
본시 한 왕초에게 도둑질을 배웠으나 재조 또한 神技에 이르렀것다.
하루는 다섯놈이 모여
십년전 이맘때 우리 서로 피로써 맹세코 도둑질을 개업한 뒤
날이날로 느느니 기술이요 쌓이느니 황금이라, 황금 십만근을 걸어놓고
그간에 일취월장 妙技를 어디 한번 서로 겨룸이 어떠한가
이렇게 뜻을 모아 盜짜 한자 크게 써 걸어놓고 도둑시합을 벌이는데
때는 陽春佳節이라 날씨는 화창, 바람은 건 듯, 구름은 둥실
저마다 골프채 하나씩 비껴들고 꼰아잡고
행여 질세라 다투어 내달아 秘傳의 妙技를 자랑해쌌는다.
첫째도둑 나온다 재벌이란 놈 나온다
돈으로 옷해 입고 돈으로 모자해 쓰고 돈으로 구두해 신고 돈으로 장갑해 끼고
금시계, 금반지, 금팔찌, 금단추, 금넥타이핀, 금카우스보턴, 금박클, 금니빨, 금손톱, 금발톱, 금작크, 금시계줄.
디룩디룩한 방댕이,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뿅뿅뀌며 아그작 아그작 나온다
저놈 재조봐라 저 재벌놈 재조봐라
장관은 노랗게 굽고 차관은 벌겋게 삶아
초치고 간장치고 계자치고 고추장치고 미원까지 톡톡쳐서 실고추 파 마늘 곁들여 날름
세금받은 은행돈, 외국서 빚낸 돈, 왼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이쁜년 꾀어서 첩삼아 밤낮으로 직신작신 새끼까기 여념없다
수두룩 까낸 딸년들 모조리 칼쥔놈께 시앗으로 밤참에 진상하여
귀띔에 정보얻고 수의계약 낙찰서에 헐값에 땅샀다가 길뚫리면 한몫잡고
千원工事 오원에 쓱싹, 노동자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술수 뺨치것다.
또 한놈이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몸둥아리 혁명공약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샛바닥에 구호가 와르르르
혁명이닷, 舊惡은 新惡으로! 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重農이닷, 貧農은 離農으로!
건설이닷, 모든집은 臥牛式으로! 社會淨化닷, 鄭仁淑을, 鄭仁淑을 철두철미 본받아랏!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幽靈들아, 표도둑질 聖戰에로 총궐기하랏!
孫子에도 兵不厭邪, 治者卽 盜者요 公約卽 空約이니
愚昧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셋째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 나온다.
풍신은 고무풍선, 독사같이 모난 눈, 푸르족족 엄한 살,
콱다문 입꼬라지 淸白吏 분명쿠나
단것을 갖다주니 쩔레쩔레 고개저어 우린 단것 좋아 않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말구
어허 저놈 뒤좀 봐라 낯짝하나 더 붙었다
이쪽보고 히뜩히뜩 저쪽보고 헤끗헤끗, 피둥피둥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이빨꼴이 가관이다
단것 너무 처먹어서 새카맣게 썩었구나, 썩다못해 문들어져  汚吏가 분명쿠나
산같이 높은 책상 바다같이 깊은 의자 우뚝하니 걸터앉아
功은 쥐뿔 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한손으로 노땡큐요 다른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없어, 책상위엔 서류뭉치, 책상밑엔 지폐뭉치
높은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請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料亭마담 위아래로 모두 별탈없다더냐.
넷째놈이 나온다 장성놈이 나온다
키크기 팔대장성, 제밑에 졸개행렬 길기가 만리장성
온몸에 털이 숭숭, 고리눈, 범아가리, 벌룸코, 탑삭수염, 짐승이 분명쿠나
금은 백동 청동 황동, 비단공단 울긋불긋, 천근만근 훈장으로 온몸을 덮고 감아
시커먼 개다리를 여기차고 저기차고
엉금엉금 기나온다 장성놈 재조봐라
쫄병들 줄 쌀가마니 모래가득 채워놓고 쌀은 빼다 팔아먹고
쫄병 먹일 소돼지는 털한개씩 나눠주고 살은 혼자 몽창먹고
엄동설한 막사없어 얼어죽는 쫄병들을
일만하면 땀이난다 온종일 사역시켜
막사지을 재목갖다 제집크게 지어놓고
부속 차량 피복 연탄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놈 군기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넣고
열중쉬엇 열중열중열중열중쉬엇 열중
빵빵들 데려다가 제마누라 화냥끼 노리개로 묶어두고
저는 따로 첩을 두어 雲雨魚水 攻防戰에 兵法이 神出鬼沒.
마지막놈 나온다
장차관이 나온다
허옇게 백태끼어 삐적삐적 술지게미 가득고여 삐져나와
추접無比 눈꼽낀눈 형형하게 부라리며 왼손은 골프채로 국방을 지휘하고
오른손은 주물럭주물럭 계집젖통 위에다가 증산 수출 건설이라 짤막하게 쓰노라니
호호 아이 간지럽사와요
이런 무식한년, 國事가 간지러워?
굶더라고 수출이닷, 안팔려도 증산이닷, 餓死한놈 뼉다귀로 현해탄에 다리놓아 가미사마 배알하잣!
째진 북소리 깨진 나팔소리 삐삐빼빼 불어대며 속셈은 먹을 궁리
검정세단 있는데도 벤쯔를 사다놓고 청렴결백 시위코자 코로나만 타는구나
예산에서 몽땅먹고 입찰에서 왕창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씹으며
켄트를 피워물고 외래품 철저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나서 어허 거참 達筆이다.
추문듣고 뒤쫓아온 말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一國의 재상더러 不正이 웬말인가 歸去來辭 꿍얼꿍얼, 자네 핸디 몇이더라?
五賊의 이 절륜한 솜씨를 구경하던 귀신들이
깜짝 놀라서 어마 뜨거라 저놈들한테 붙잡히면 뼉다귀도 못추리것다
똥줄빠지게 내빼버렸으니 요즘엔 제사지내는 사람마저 드물어졌것다
이리한참 시합이 구시월 똥호박 무르익듯 몰씬몰씬 무르익어가는데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나라망신 시키는 五賊을 잡아들여라
추상같은 어명이 쾅,
청천하늘에 날벼락치듯 쾅쾅쾅 연거푸 떨어져내려 쏟아져 퍼붓어싸니
네이/당장에 잡아 대령하겠나이다. 대답하고 물러선다
포도대장 물러선다 포도대장 거동봐라
울뚝불뚝 돼지코에 술찌꺼기 허어옇게 묻은 메기 주둥이, 침은 질질질
장비사돈네팔촌 같은 텁석부리 수염, 사람여럿 잡아먹어 피가 벌건 왕방을 눈깔
마빡에 주먹혹이 뛸때마다 털렁털렁
열십자 팔벌리고 멧돌같이 좌충우돌, 사자같이 으르르르릉
이놈 내리훑고 저놈 굴비엮어
종삼 명동 양동 무교동 청계천 쉬파리 답십리 왕파리 똥파리 모두 쓸어모아다 꿀리고 치고 패고 차고 밟고
꼬집어뜯고 물어뜯고 업어메치고 뒤집어던지고 꼰아추스리고 걷어팽개치고
때리고 부수고 개키고 까집고 비틀고 조이고
꺾고 깎고 벳기고 쑤셔대고 몽구라뜨리고
직신작신 조지고 지지고 노들강변 버들같이 휘휘낭창 꾸부러뜨리고
육모방망이, 세모쇳장, 갈쿠리, 긴칼, 짧은칼, 큰칼, 작은칼
오라 수갑 곤장 난장 곤봉 호각
개다리 소다리 장총 기관총 수류탄 최루탄 발연탄 구토탄 똥탄 오줌탄 뜸물탄 석탄 백탄
모조리 갖다 늘어놓고 어흥/
호랑이 방귓소리 같은 으름장에 깜짝, 도매금으로 끌려와 쪼그린 되민증들이 발발
전라도 갯땅쇠 꾀수놈이 발발 오뉴월 冬將軍 만난 듯이 발발발 떨어댄다.
네놈이 五賊이지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날치기요
날치기면 더욱 좋다. 날치기, 들치기, 밀치기, 소매치기, 네다바이 다합쳐서
五賊이 그 아니냐
아이구 난 날치기가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펨프요
펨프면 더욱 좋다. 펨프, 창녀, 포주, 깡패, 쪽쟁이 다합쳐서
풍속사범 五賊이 바로 그것 아니더냐
아이구 난 펨프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껌팔이요
껌팔이면 더욱 좋다. 껌팔이, 담배팔이, 양말팔이, 도롭프스팔이, 쪼코렛팔이 다합쳐서
외래품 팔아먹는 五賊이 그아니냐
아이구 난 껌팔이가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거지요
거지면 더욱 좋다. 거지, 문둥이, 시라이, 양아치, 비렁뱅이 다합쳐서
우범五賊이란 너를 두고 이름이다. 가자 이놈 큰집으로 바삐가자
애고 애고 난 아니요, 五賊만은 아니어라우. 나는 본시 갯땅쇠로
농사로는 밥못먹어 돈벌라고 서울왔오. 내게 죄가 있다면은
어젯밤에 배고파서 국화빵 한개 훔쳐먹은 그죄밖엔 없습넨다.
이리바짝 저리죄고 위로 틀고 아래로 따닥
찜질 매질 물질 불질 무두질에 당근질에 비행기태워 공중잡이
고추가루 비눗물에 식초까지 퍼부어도 싹아지없이 쏙쏙 기어나오는건
아니랑께롱
한마디뿐이것다
포도대장 할수없어 꾀수놈을 사알살 꼬실른다 저것봐라
五賊은 무엇이며 어디있나 말만하면 네 목숨은 살려주마
꾀수놈 이말듣고 옳다꾸나 대답한다.
五賊이라 하는 것은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장차관이란 다섯짐승, 시방 동빙고동에서 도둑시합 열고 있오.
으흠, 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정녕 그게 짐승이냐?
그라문이라우, 짐승도 아조 흉악한 짐승이지라우.
옳다됐다 내새끼야 그말을 진작하지
포도대장 하도좋아 제무릎을 탁치는데
어떻게 우악스럽게 처버렸던지 무릎뼈가 파싹 깨져벼렸것다, 그러허나
아무리 죽을 지경이라도 死는 私요 功은 公이라
네놈 꾀수 앞장서라, 당장에 잡아다가 능지처참한 연후에 나도 출세해야것다.
꾀수놈 앞세우고 포도대장 출도한다
범눈깔 부릅뜨고 백주대로상에 헷드라이트 왕눈깔을 미친 듯이 부릅뜨고
소리소리 내지르며 질풍같이 내닫는다
비켜라 비켜서라
안비키면 五賊이다
간다 간다 내가 간다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우당우당 우당탕 쿵쾅
五賊잡으러 내가 간다
남산을 홀랑넘어 한강물 바라보니 동빙고동 예로구나
우뢰같은 저 함성 범같은 늠름기상 李浣大將 再來로다
시합장에 뛰어들어 포도대장 대갈일성,
이놈들 五賊은 듣거라
너희 한갖 비천한 축생의 몸으로
방자하게 백성의 고혈빨아 주지육림 가소롭다
대역무도 국위손상, 백성원성 분분하매 어명으로 체포하니
오라를 받으렷다.
이리 호령하고 가만히 둘러보니 눈하나 깜짝하는 놈없이 제일에만 열중하는데
생김생김은 짐승이로되 호화찬란한 짐승이라
포도대장 깜짝놀라 사면을 살펴보는데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이게 어느 천국이냐
서슬푸른 용트림이 기둥처럼 승천하고 맑고푸른 수영장엔 벌거벗은 仙女가득
몇십리 수풀들이 정원속에 그득그득, 백만원짜리 庭園樹 백만원짜리 外國개
천만원짜리 瘦石肥石, 천만원짜리 石燈石佛, 일억원짜리 붕어 잉어, 일억원짜리 참새 메추리
門도 자동, 벽도 자동, 술도 자동, 밥도 자동, 계집질 화냥질 분탕질도 자동자동
女大生 식모두고 경제학박사 회계두고 林學박사 園丁두고 경영학박사 집사두고
잔디 행여 죽을세라 잔디에다 스팀넣고, 붕어 행여 죽을세라 연못속에 에어컨넣고
새들 행여 추울세라 새장속에 히터넣고, 개밥 행여 상할세라 개집속에 냉장고넣고
대리석 洋屋위에 조선기와 살짝얹어 기둥은 코린트式 대들보는 이오니아
선자추녀 쇠로치고 굽도리 삿슈박고 내외분합 그라스룸 石造벽에 갈포발라
앞뒷퇴 널찍터서 복판에 메인홀 두고 알매달아 부연얹고
기마위에 이층올려 이층위에 옥상트고 살미살창 가로닫이 盜自窓으로 지어놓고
안팎 중문 솟을대문 페르샤風 본따놓고 목욕탕은 토이기風 돼지우리 倭風당당
집밑에다 연못파고 연못속에 石假山 대대층층 모아놓고
열어재킨 문틈으로 집안을 언듯보니
자개 케비넷, 무광택 강철함롱, 봉그린 용장, 용그린 봉장, 삼천삼백삼십삼층장, 카네숀 그린 화초장, 운동장만한 옥쟁반, 삘딩같이 높이솟은 금은 청동 놋촉대, 전자시계, 전자밥그릇, 전자주전자, 전자젓가락, 전자꽃병, 전자거울, 전자책, 전자가방,
쇠유리병, 흙나무그릇, 이조청자, 고려백자, 거꾸로 걸린 삐카소, 옆으로 붙인 샤갈,
石坡蘭은 금칠액틀에 번들번들 끼워놓고,
내리닫이 족자는 사백점 걸어두고, 山水花鳥蝴蝶人物 팔천팔백팔십팔점이 한꺼번에 와글와글,
백동토기, 당화기, 왜화기, 미국화기, 불란서화기, 이태리화기, 호피담뇨 씨운 테레비, 화류 문갑속의 쏘니녹음기, 대모책상 위의 밋첼카메라, 산호책장 곁의 알씨에이 영사기, 호박필통에 꽂힌 파카만년필, 촛불켠 샨들리에, 피마주기름 스탠드라이트, 간접직접 직사곡사 천정바닥 벽조명이 휘황캄캄 호화율율.
여편네들 치장보니 청옥머리핀, 백옥구두장식,
황금부로취, 백금이빨, 밀화귓구멍마게, 호박밑구멍마게, 산호똥구멍마게,
비배꼽마게, 금파단추, 진주귀걸이, 야광주코걸이, 자수정목걸이, 싸파이어팔지,
에메랄드발찌, 다이아몬드허리띠, 터기石안경대,
유독 반지만은 금칠한 삼원짜리 납반지가 번쩍번쩍 칠흑암야에 횃불처럼 도도無雙이라!
왼갖 음식 살펴보니 침 꼴깍 넘어가는 소리 천지가 진동한다
소털구이, 돼지콧구멍볶음, 염소수염튀김, 노루뿔삶음, 닭네발산적, 꿩지느러미말림,
도미날개지짐, 조기발톱젓, 민어 농어 방어 광어 은어 귀만 짤라 회무침,
낙지해삼비늘조림, 쇠고기 돈까스, 돼지고기 비후까스, 피안뺀 복지리,
생율, 숙율, 능금, 배 씨만 발라 말리워서 금딱지로 싸놓은 것, 바나나식혜, 파인애플화채, 무화과 꽃닢설탕 버무림,
롱가리트유과, 메사돈약과, 사카린잡과, 개구리알수란탕, 청포우무, 한천묵, 괭장망장과화주, 산또리, 계당주, 샴펭, 송엽주, 드라이찐, 자하주, 압산, 오가피주, 죠니워카, 구기주, 화이트호스, 신선주, 짐빔, 선약주, 나폴레옹 꼬냑, 약주, 탁주, 소주, 정종, 화주, 빼주, 보드카람酒라!
아가리가 딱 벌어져 닫을 염도 않고 포도대장 침을 질질질질질질 흘려싸면서 가로되
놀랠 놀짜로다
저게모두 도둑질로 모아들인 재산인가
이럴 줄을 알았다면 나도 일찍암치 도둑이나 되었을 걸
원수로다 원수로다 良心이란 두글자가 철천지 원수로다
이리 속으로 자탄망조하는 터에
한놈이 쓰윽 다가와 써억 술잔을 권한다
보고 듣도 맛보도 못한 술인지라
허겁지겁 한잔두잔 헐레벌떡 석잔넉잔
이윽고 대취하여 포도대장 일어서서 일장연설 해보는데
안주를 어떻게나 많이 처먹었던지 이빨이 확 닳아없어져 버린 아가리로
이빨을 딱딱 소리내 부딪쳐가면서 씹어뱉는 그 목소리 엄숙하고 그 조리 정 연하기
성인군자의 말씀이라
만장하옵시고 존경하는 도둑님들!
도둑은 도둑의 죄가 아니요, 도둑을 만든 이 사회의 죄입네다
여러도둑님들께옵선 도둑이 아니라 이 사회에 충실한 일꾼이니
부디 所信껏 그길에 매진, 용진, 전진, 약진하시길 간절히 바라옵고 또 바라옵나이다.
이 말끝에 박장대소 천지가 요란할 때
포도대장 뛰어나가 꾀수놈 낚궈채어 오라묶어 세운뒤에
요놈, 네놈을 무고죄로 입건한다.
때는 노을이라 서산낙일에 客愁가 추연하네
외기러기 짝을찾고 쪼각달 희게 비껴
강물은 붉게 타서 피흐르는데
어쩔거나 두견이는 설리설리 울어쌌는데 어쩔거나
콩알같은 꾀수묶어 비틀비틀 포도대장 개트림에 돌아가네
어쩔꺼나 어쩔꺼나 우리꾀수 어쩔꺼나
전라도서 굶고살다 서울와 돈번다더니
동대문 남대문 봉천동 모래내에 온갖구박 다 당하고
기어이 가는구나 가막소로 가는구나
어쩔꺼나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한사정 누가있어 바로잡나
잘가거라 꾀수야
부디부디 잘가거라.
꾀수는 그길로 가막소로 들어가고
五賊은 뒤에 포도대장 불러다가 그 용기를 어여삐 녀겨 저희집 솟을대문,
바로 그곁에 있는 개집속에 살며 도둑을 지키라하매, 포도대장 이말듣고 얼시구 좋아라
지화자좋네 온갖 兵器를 다가져다 삼엄하게 늘어놓고 개집속에서 내내 잘살  다가
어느 맑게 개인날 아침, 커다란 기지개를 켜다 갑자기
벼락을 맞아 급살하니
이때 또한 五賊도 六孔으로 피를 토하며 꺼꾸러졌다는 이야기, 허허허
이런 행적이 백대에 민멸치 아니하고 人口에 회자하여
날같은 거지시인의 싯귀에까지 올라 길이 길이 전해오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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