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을 226 - 싹 싹 -신경림 어둠을 어둠인지 모르고 살아온 사람은 모른다아픔도 없이 겨울을 보낸 사람은 모른다작은 빛줄기만 보여도 우리들이렇게 재재발거리며 달려나가는 까닭을눈이 부셔 비틀대면서도 진종일서로 안고 간질이며 깔깔대는 까닭을 그러다가도 문득 생각나면깊이 숨은 소중하고도 은밀한 상처를 꺼내어가만히 햇볕에 내어 말리는 까닭을뜨거운 눈물로 어루만지는 까닭을 korea/무을 2015.02.03
봄날 새벽 안개에 떠밀려서 봄바람에 취해서 갈 곳도 없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불현듯 내리니 이곳은 소읍, 짙은 복사꽃 내음. 언제 한번 살았던 곳일까,눈에 익은 골목, 소음들도 낯설지 않고.무엇이었을까, 내가 찾아 헤매던 것이.낯익은 얼굴들은 내가 불러도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복사꽃 내음 짙은 이곳은 소읍,먼 나라에서 온 외톨이가 되어거리를 휘청대다가봄 햇살에 취해서 새싹 향기에 들떠서 다시 버스에 올라. 잊어버리고,내가 무엇을 찾아 헤맸는가를.쥐어보면 빈 손, 잊어버리고, 내가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서 내릴지도. --- 신경림 etc/poetry 2014.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