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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자들의 마을-리쉬케시,에서 다시 올려보는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hyleidos 2007. 1. 10. 02:54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이생진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白石(백석)*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金英韓(김영한)** 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子夜(자야)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 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3년 동안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자야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 천억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 그 사람 생각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 다시 태어나신다면?
'어디서?'

-한국에서
'에 한국?'
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쯤 태어나서 문학할거야'

-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했다

사랑을 간직하는데 시밖에 없다는 말에
시 쓰는 내가 어리둥절했다


* 백석(1912-?); 시인. 본명은 기행. 필명은 백석. 평북 정주 출생. 1929년 오산 고보 졸업. 도쿄 아오야마 학원영문학 수학. 1934년 조선일보 출판부 입사. <여성>지 편집. 1935년 시 "정주성"을 조선일보에 발표하면서 등단. 1936년 시집 "사슴" 간행. 이동순 편 "백석 시선집" (창작과 비평 1987)

** 김영한(1916-1999) 본명 김진향. 일찍 부친을 여의고 할머니와 홀어머니 슬하에서 성장. 금광을 한다는 친척에게 속아 가정이 파산되자,열여섯에 조선 권번(券番)에 들어가 기생이 됨.1936년 함흥에서 영생고보 영어 교사로 있던 청년 시인 백석과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
1953년 중앙대 영문과 졸업. 1989년 백석에 대한 회고록 <백석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이름>, 1990년 선가<하규일 선생 약전>, 1995년 <내 사랑 백석> 등 출간


####1000억대의 재산을 법정 스님에게 기증하고 법정은 호화롭던 요정을 길상사라는 절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은 당시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이다. 어쩌면 이시대 마지막 기생이었던 김영한, 그녀는 길상사 한모퉁이 조그만 거처에서 가족없이 영면하였다. 그녀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므로. 그리고 아주 평화롭게 전혀 죽음의 고통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월북시인이라는 오명으로 오랫동안 금서가 되었던 백석의 연인이었던 그녀,당시까지만 해도 별로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의 보배같은 시인 백석조차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평생을 사랑 하나 가슴에 품고 산 여인, 사랑을 간직하는데 시밖에 없다는 그녀의 말에 정작 시를 쓰는 시인이 오히려 당황하고 있다.
마치 인터뷰 기사를 읽는 듯한 이 시에서 평생 시만 써온 노시인의어떤 경지가 엿보인다. 시는 이렇게도 쓸 수 있는거야, 참된 감동만 있으면, 거짓으로 치장된 화장술이 아니라면... 하는.

                                                                                                                     -털보 김민홍


@@@@ 이생진; 1929년 충남 서산 출생 , 현대문학 등단
교편생활을 끝내고 섬으로 떠돌며 시만 쓰고 있음
시집;그리운 바다 성산포, 바다에 오는 이유,
먼 섬에 가고싶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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