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rmuring

비가 내린다

hyleidos 2014. 12. 11. 12:32




무너진 하늘


새들아
하늘의
化肉
바람의 정령들아,

새들아
보이는

영원한 전설들아

너와 함께 실로
나도 날아오르고
날아오르고 하였으니

오늘 산보하다가 숲길에서
죽어 떨어진 까치를 보았을 때
그게 왜 청천벽력이 아니겠느냐

하늘 무너지고
길은 죽고
나는 수심에 잠겼느니
새들아
세상의 기적들아

 

 

- 정현종

 

 

 

*

어떤 양소유는 꿈속에서도 거지와 광인이더라.

현실로 돌아가자.

빨리 빨리








거지와 광인(狂人).

 

 

나는 너희가 체현(體現) 하고 있는 오묘한

뜻을 알지만 나는 짐짓 너희를 외면한다.

왜냐 하면 나는

안팎이 같은 너희보다

(너희의 이름은 안팎이 같다는 뜻이거니와)

안팎이 다른 나를 사랑하니까.

너와 나는 그동안

은유(隱喩) 속에서 한몸이었으나

실은 나는 비의(秘意) 너희를 해독하는

기쁨에 취해

그런 주정뱅이의 자로 세상을 재어 온지라.

나는 아마 취중득도(醉中得道)했는지

인제는 전혀 구별이 가느니

누가 거지고

누가 광인인지.

 

(구걸이든 미친 짓이든

한산(寒山)이나 프란체스꼬

덤으로 팔촌(八寸) 그림자들쯤이면

필경 우주의 숨통이려니와)

 

< 거지와 광인(狂人)─ 한산(寒山)에게 >

 

- 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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