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하늘
새들아
하늘의 化肉
바람의 정령들아,
새들아
보이는 神들
영원한 전설들아
너와 함께 실로
나도 날아오르고
날아오르고 하였으니
오늘 산보하다가 숲길에서
죽어 떨어진 까치를 보았을 때
그게 왜 청천벽력이 아니겠느냐
하늘 무너지고
길은 죽고
나는 수심에 잠겼느니
새들아
세상의 기적들아
- 정현종
*
어떤 양소유는 꿈속에서도 거지와 광인이더라.
현실로 돌아가자.
빨리 빨리
거지와 광인(狂人).
나는 너희가 체현(體現) 하고 있는 저 오묘한
뜻을 알지만 나는 짐짓 너희를 외면한다.
왜냐 하면 나는
안팎이 같은 너희보다
(너희의 이름은 안팎이 같다는 뜻이거니와)
안팎이 다른 나를 더 사랑하니까.
너와 나는 그동안
은유(隱喩) 속에서 한몸이었으나
실은 나는 비의(秘意)인 너희를 해독하는
기쁨에 취해
그런 주정뱅이의 자로 세상을 재어 온지라.
나는 아마 취중득도(醉中得道)했는지
인제는 전혀 구별이 안 가느니─
누가 거지고
누가 광인인지.
(구걸이든 미친 짓이든
한산(寒山)이나 프란체스꼬
덤으로 그 팔촌(八寸) 그림자들쯤이면
필경 우주의 숨통이려니와)
< 거지와 광인(狂人)─ 한산(寒山)에게 >
- 정 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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