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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poetry9

인연설화조(因緣說話調) 언제든가 나는 한 송이의 모란꽃으로 피어 있었다. 한 예쁜 처녀가 옆에서 나와 마주 보고 살았다. 그 뒤 어느날 모란꽃잎은 떨어져 누워 메말라서 재가 되었다가 곧 흙하고 한세상이 되었다. 그게 이내 처녀도 죽어서 그 언저리의 흙속에 묻혔다. 그것이 또 억수의 비가 와서 모란꽃이 사위어 된 흙 위의 재들을 강물로 쓸고 내려 가던 때, 땅 속에 괴어 있던 처녀의 피도 따라서 강으로 흘렀다. 그래, 그 모란꽃 사윈 재가 강물에서 어느 물고기의 배로 들어가 그 血肉에 자리했을 때, 처녀의 피가 흘러가서 된 물살은 그 고기 가까이서 출렁이게 되고, 그 고기를, ---그 좋아서 뛰던 고기를 어느 하늘가의 물새가 와 채어 먹은 뒤엔 처녀도 이내 햇볕을 따라 하늘로 날아올라서 그 새의 날개 곁을 스쳐다니는 구름이 되었.. 2010. 12. 25.
그대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못할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스스로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도 몇 배로 다시 고이는 힘 아! 한목에 그대를 다 품을 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맨발이 넉넉한 저녁입니다 뜨거운 목젖 까지 알아내고도 코끝으로 까지 발이 저린 우리는 나무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 입니까 이노리나무 정수리에 낭낭 걸린 노래 한 소절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나게 하는 눈물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와 나는 두고 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네게로 이르는 길 네가 깨끗한 얼굴로 내게로 되돌아 오는 길 그대와 나는 내리 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두어.. 2010. 12. 19.
노을 노들강 물은 서쪽으로 흐르고 능수 버들엔 바람이 흐르고 새로 꽃이 픤 들길에 서서 눈물 뿌리며 이별을 허는 우리 머리 우에선 구름이 흐르고 붉은 두볼도 헐덕이던 숨ㅅ결도 사랑도 맹세도 모두 흐르고 나무ㅅ닢 지는 가을 황혼에 홀로 봐야할 연지ㅅ빛 노을 2010.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