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원치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 고등학교 시절을 물들였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다. 진정 자유로운 자는 자유를 모른다. 새는 스스로 날고 있다는 것을 잊었을까? 카잔차키스의 무덤에서 ... 황동규 꽃 속에 꽃을 피운 부겐빌레아들이 성근 바람결에 속 얼굴을 내밀다 말다 한다. 오른 팔을 삐딱하게 치켜든 큰 검은 나무 십자가 뒤에 이름대신 누운 자가 '자유인'이라는 글발이 적힌 비석이 있고 생김새가 다른 열 몇 나라 문자로 제각기 '평화'라고 쓴 조그만 동판(銅版)을 등에 박은 무덤이 앉아 있다. 인간의 평화란 결국 살림새 생김새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 정성들여 새기는 조그만 판인가? 내려다보이는 항구엔 크기 모양새 다른 배들이 약간은 헝클어진 채 평화롭게 모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