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ity 8

인연설화조(因緣說話調)

언제든가 나는 한 송이의 모란꽃으로 피어 있었다. 한 예쁜 처녀가 옆에서 나와 마주 보고 살았다. 그 뒤 어느날 모란꽃잎은 떨어져 누워 메말라서 재가 되었다가 곧 흙하고 한세상이 되었다. 그게 이내 처녀도 죽어서 그 언저리의 흙속에 묻혔다. 그것이 또 억수의 비가 와서 모란꽃이 사위어 된 흙 위의 재들을 강물로 쓸고 내려 가던 때, 땅 속에 괴어 있던 처녀의 피도 따라서 강으로 흘렀다. 그래, 그 모란꽃 사윈 재가 강물에서 어느 물고기의 배로 들어가 그 血肉에 자리했을 때, 처녀의 피가 흘러가서 된 물살은 그 고기 가까이서 출렁이게 되고, 그 고기를, ---그 좋아서 뛰던 고기를 어느 하늘가의 물새가 와 채어 먹은 뒤엔 처녀도 이내 햇볕을 따라 하늘로 날아올라서 그 새의 날개 곁을 스쳐다니는 구름이 되었..

etc/poetry 2010.12.25

두리번 거린다

헐벗은 내 몸이 뒤안에서 떠는 것은 사랑과 미움과 배움의 참을 너로부터 가르쳐 받지 못한 탓이나 하여 나는 바람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 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 곁에서 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 무너진 내 몸이 눌리어 우는 것은 눈물과 땀과 싸움의 참이 너로부터 가리워 아지 못한 탓이나 하여 나는 바람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 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 곁에서 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 텅빈 내 마음이 굶주려 외침은 꿈과 노래와 죽음의 참이 너로부터 사라져 잃어버린 탓이나 하여 나는 바람부는 처음을 알고파서 두리번 거린다 말없이 찾아온 친구 곁에서 교정 뒤안의 황무지에서

etc/lyrics 2010.12.25

하늘이

여러 가지 색을 띠고 풀들이 자라고 나무들이 자란다. 아침에 옮겨 심은 호박이며 난이며 방울꽃들은 햇살에 타들어 간다. 지구라는 하나의 화분에 조그만 일들이 일어 난다. 햇살에 타들어 가던 풀들도 이 진한 오후를 넘기고는 내일은 초록으로 그을린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 하던지 말라 죽어 있던지 알아서 하겠지... 그래도 물이 걱정이다. 장마가 그치면 풀들은 말라 갈꺼고... 집에 물은 없고... 개밥도 걱정이고 매밥도 걱정, 그래도 한잔 술, 생각이 간절한건 내가 자유롭다는 건가?

murmuring 2009.07.14

대상과 세계는 분리 될 수 있는가?

대상과 세계는 분리 될 수 있는가? 철망을 2차원으로, 벽의 패턴으로 느끼는가 그 철망 너머 리얼리티를 느끼는가 당신은 사진자체를 대상으로 보는가? 당신은… 누군가가 서서보던, 어떤 시간과 공간이 담긴 창, 사각형의 조그만, 그 창 너머로 어떤... 시간과 공간의 리얼리티를 볼수있는가? 철망을, 리얼리티를 가리고 서 있는 대상으로, 또 다른 리얼리티로 느낀다면, 혹?, 대상과 세계는 분리 된 것이 아닐까? 그 창앞에 서서 그 창밖의 세계와 그 창안의 세계, 그리고 창 그 모든 세상이 보이는 가? 그 세상과 당신은 분리 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