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주 1. 술 취한 저녁마다 몰래 春畵(춘화)를 보듯 세상을 본다. 내 감각 속에 킬킬거리며 뜬소문처럼 눈뜨는 이 세상, 명륜동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도보로 십분 쯤 되는 거리의 모든 밝음과 어두움. 우체국과 문방구와 약국과 높은 육교와 古家(고가)의 지붕 위로 참외처럼 잘 익은 노란 달이 뜨고 보이다가 때로 안 보이는 이 세상. 뜨거운 머리로 부딪치는 없는 壁(벽), 혹은 있는 고통의 形象(형상). 깨진 머리에서 물이 흐르고 나는 괴롭고, 그것은 진실이다. 2. 날이 어둡다. 구름에 갇힌 해, 겨울비가 뿌리고 웅크려 잠든 누이여. 불빛에 비켜서 있는 어둠의 일부, 희망의 감옥 속을 빠져 나오는 연기의 일부, 그 사이에 풍경으로 피어 있던 너는 어둡게 어둡게 미쳐가고 참혹해라, 어두운 날 네가..